침례 받고 거듭난 커피 (09/20/26)
장수한 작가의 『깊고 진한 커피 이야기』에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나옵니다. 커피가 처음 유럽에 들어왔을 때, 기독교 사회는 이 낯선 음료를 '악마의 음료', '사탄의 음료'라 부르며 경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사람들이 즐겨 마시기 시작한 것을 막기는 어려웠고, 결국 몇몇 성직자들이 교황에게 판단을 청했습니다.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직접 커피를 맛보고는 그 맛에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감미로운 음료를 어찌 이교도들만 마시게 두겠는가. 커피에 침례를 베풀어 기독교의 음료로 삼자!" 그 뒤로 교회가 커피를 금하는 일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커피는 오스만 제국으로 건너가, 술을 금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 눈에 커피는 '이교도의 음료'였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커피는 신앙의 본질을 흔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정신을 맑게 해 주는 한 잔의 음료였을 뿐입니다. 그 앞을 막아선 것은 복음이 아니라 편견이라는 높은 담이었습니다. 그 담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비본질인지 분별하는 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과 신앙에도 본질과 비본질이 있습니다. 실체가 있고 그림자가 있습니다. 비본질을 본질처럼 붙들면 마음이 좁아지고 서로를 정죄하게 됩니다. 그러나 본질을 굳게 붙든 사람은 나머지 것들 앞에서 오히려 너그러워집니다. 지킬 것은 생명처럼 지키고, 그 밖의 것은 사랑으로 품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번 한 주도 우리의 삶과 신앙이 본질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단단히 붙들려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든든함에서 흘러나오는 넉넉함으로 서로를 품어 주는 우리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상, 정작 커피는 못 마시는 목사가 커피 한 잔으로 풀어 본 목회칼럼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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