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12/21/25)
- 준 박
- 5 days ago
- 1 min read
1818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오베른도르프. 스물다섯 살의 젊은 사제 요제프 모어는 성탄 전야 자정 미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예배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예배당의 오르간이 완전히 고장 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손을 써도 소리는 나지 않았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 예배에서 하나님께 찬양으로 영광을 돌릴 길을 보여 달라고 말입니다. 그때 몇 년 전 성탄절을 위해 써 두었던 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평소에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그 시가, 마치 하나님께서 지금 들려주시는 음성처럼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모어는 그 시를 가지고 눈 덮인 길을 달려 음악 교사 프란츠 그루버를 찾아갔고, 자정 미사까지 남은 시간은 몇 시간뿐이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부탁했습니다. “오르간 없이도 부를 수 있는 곡을 이 시에 붙여 줄 수 있겠습니까?” 그루버는 시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밤 기타 반주에 맞춰 처음 불린 찬양이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습니다. 작은 시골 교회에서 울려 퍼진 이 노래가 훗날 전 세계 성탄절마다 불리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몇 해 뒤, 이 찬양은 여러 지역과 교회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마침내 바다를 건너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실패처럼 보였던 오르간의 고장이,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여시는 통로로 사용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오르간 없는 예배당에서 울려 퍼진 “고요한 밤”처럼, 낮고 낮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처럼, 모든 것이 완벽할 때가 아니라, 부족함과 한계가 드러난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번 성탄절을 맞이하며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 앞에서 낙심하고 있다면 하나님은 지금도 고요한 밤 가운데 일하고 계심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막힌 길처럼 보이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새로운 찬양을 시작하십니다. 이 성탄절,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임마누엘의 주님을 깊이 만나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