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11/23/25)
- Woori Church

- Nov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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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Nov 22, 2025
지난해 보스턴을 방문했을 때, 저는 청교도들이 처음 미국 땅에 어떻게 정착했는지를 보고자 플리머스(Plymouth)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을 찾았습니다.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약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이곳에는 메이플라워호의 여정과 초창기 정착 과정을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었습니다. 1620년, 영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나선 남자 78명, 여자 24명, 모두 102명의 청교도들은 65일이라는 길고 고된 항해 끝에 대서양을 건너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발을 디딘 곳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삭막한 황무지였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몰아치고, 먹을 것은 바닥나고, 병과 추위가 그들을 잇달아 쓰러뜨렸습니다. 당시 청교도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브래드포드(William Bradford)는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12월 혹한의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한 조각의 빵도, 한 알의 옥수수도 없다. 풀과 나무, 열매, 해초와 들짐승으로 연명하고 있다. 오늘은 서른아홉 번째 친구를 하나님께 보냈다. 너무나 비참한 현실이다.” 그 첫해 겨울, 102명 중 무려 4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겨우내 살아남은 이들은 봄이 되자 희망을 걸고 씨를 뿌렸지만, 가을이 되었을 때 수확한 양은 겨우 다음 해의 씨앗으로 남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청교도들은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풍성한 수확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그들이 드린 감사는 여유로운 삶에서 나온 감사가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오늘도 호흡할 수 있고,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생명을 붙들어주셨다는 그 사실 하나로 감사의 제사를 드린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추수감사절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한 해를 돌아볼 때 풍성한 열매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오히려 고난과 아픔, 부족함 속에 서 있다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매일을 붙들어주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때, 감사는 다시 우리의 입술에서 흘러나오게 될 것입니다. 올 추수감사절을 맞아, 청교도들이 드렸던 그 고백처럼 우리도 “지금 이 호흡조차 은혜입니다”라는 감사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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